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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산 산 산이 좋아
14-11-10 10:47 3,325회 0건

<산 시 모음> 정연복의 산을 오른다는 것 외 

+ 산을 오른다는 것

산은 오르고 올라도 


오르는 게 아니다


가늠할 수 없이


드넓은 산의 품


그 산을 어찌 


정복할 수 있단 말인가.


산의 최고봉에


발을 디뎠다 한들


그렇다고 해서


그 산을 정복한 것은 아니다


산은 한갓 높이로 


헤아리는 게 아니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이들은 


산 앞에 몸을 바싹 낮춘다


거대한 높이 앞에서


겸허함이 끝없이 깊어진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 넓고 깊은 산의 품안에서


한 점 티끌일 뿐인


자신의 작은 존재를 깨닫는다.


인생의 진리도 이와 같으리.



+ 산을 노래함


창동역 근처


우리집 뒷베란다 창문 너머


도봉산이 환히 보이는데
.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 아래


오늘은 그 모습 더욱 선명하다.


언제였을까


자신이 태어난 그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하늘이 허락한 만큼의


공간에 머물러


사시사철 한결같은 산


더 높아지려는 욕심 없이


더 커 보이려는 허세도 없이


늘 그 자리 그 모습. 


그래서 세월 흘러도


늙지 않고 추해지지 않고


영원한 청춘의 산 
  


+  산


땅에 뿌리박고서도


하늘을 우러러 있는 산


저만치 바라만 보아도


그냥 마음이 평온해진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마음은 그만큼 더 낮아지고


산을 내려오면서도


영혼은 더욱 깊어진다.


오르막이나 내리막


세상의 모든 산길은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참 아름답고 신기한 길.


사시사철


기쁠 때나 슬플 때에도


좋은 벗들과 함께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살아서 누리는


큰 축복 아닌가.



+ 산(山)


산과 벗한 지


어느새 여섯 해째 되었다


만 오십 년을 살도록


까마득히 몰랐던 


그 산이 어느 날


운명처럼 내게 다가와


이제 틈만 나면


나도 모르게 산을 찾는다.
  


언제라도 넉넉히


나의 존재를 품어주는


엄마 품같이


편안한 산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뿐


말없는 산의


고요한 품속에서


문득 나는


아가 같아진다  


세상 근심 걱정


하나 없는 


철모르는 


아가 된다.



+ 하느님 산(山)


산은 세상에 뽐낼 만한


큰 덩치를 갖고서도


하늘 아래


제 몸 바싹 낮추네


산은 갖가지 생명


온몸으로 품어 안고서도


조금도 티를 내지 않네


잘난 체하지 않네


산은 천년 만년


오래오래 살면서도


영영 늙지를 않네


한결같이 한 모습이네.


산은 한없이 


겸손한 자세이면서도


마치 하느님 같이  


거룩한 얼굴을 하고 있네.     


그래서 산의 품속에 들면


우리도 산을 닮아 가네 


세상살이 근심 걱정 잊고


마음이 참 편안해지네


욕심도 미움도 사라지고


생각이 맑고 넓어지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우리 영혼이 차츰차츰 깊어지네.


고마운 산


하느님 산!    



+ 초록의 산


살아가는 일이 따분하고


마음 답답한 날


세상살이 시름에 겨워


한숨 나오는 날


삶의 의욕이 시들해지고


피로가 몰려오는 날


정신이 어지럽고


머리 복잡한 날에는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나


초록의 산으로 가자


산마루에 올라


초록 물결을 바라보자


저 싱그러운 초록빛 기운


가슴 가득 담아보자


초록의 희망


초록의 생명으로 물들어보자 



+ 오봉(五峯)


벗과 둘이서 


오르는 도봉산 초입


아기 솜털 같은 눈


하나 둘 날리더니


어느새 함박눈 펄펄 내려


온 산이


순백의 별천지 되었네.   


낯익은 길을 덮어


그냥 온 사방이 길이어도 좋을


멈춤 없는 폭설 속 


앞서간 이들의


희미한 발자국 따라  


한 발 한 발 내딛는데


바로 눈앞에


홀연히 꿈같이 펼쳐진 오봉.


그래, 인생길도 


이렇게 걸으면 되리


더러 흐릿해지는 길 


비바람 불고 눈보라치는 길도


겁내지 말고 뚜벅뚜벅 걷노라면


사랑 믿음 소망 진실 우정의


다섯 봉우리에 닿을 수 있으리.



+ 북한산 둘레길


아직은 2월 말


꽃샘추위 심술 부릴 만도 한데


오늘 따라 봄기운 완연하다


딸과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꽃 피우며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그 동안 쌓인 얘기 많았는지


딸은 종달새같이


쉴새없이 재잘거렸다.


멀리 포항에서 대학을 다녀


가끔 무척 보고 싶었던 딸이랑


함께 걸은 한 시간 남짓의 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딸이 떠나고 나면 문득 생각날


내 맘속 한 점 행복한 추억   


긴 겨울 너머


봄의 발자국 소리 들리는 듯


조용히 밝고 따뜻한 길. 



+ 문득, 깨달음 


꽤 오랜만에


벗들과 아차산 야간 산행을 했다


산행이라고 해야


한 시간 남짓 쉼 없이 걷는 정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한동안 총총걸음을 하다 


긴 고랑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이십 여분 가량의 고생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들고 


호흡이 퍽 가빠왔지만


야트막한 능선에 닿은 후 


평지같이 편안한 길이 쭉 이어졌다.


등산에 입문한 지 일곱 해 째 


매번 산행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숨가쁜 오르막길은 지옥이요


상쾌한 내리막길은 천국 같은데,


한 생각이 휙,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오르막 없는 내리막 없고


내리막 없는 오르막이란 없어


오르막과 내리막은 


산의 같은 품속 한 짝이라는 것.


산길이 그러하듯


모든 인생의 길도 그러하리라는 것


어쩌면 삶의 천국과 지옥도


한 동전의 양면일지 모른다는 것.


잠시의 산행 중


오늘밤 문득, 깨달았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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