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면하는 메뚜기 떼의 습격현장은 영화나 자연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것처럼 그렇게 공포 스럽거나 소름끼치는 장면은 아니었다. ‘공포’나 ‘소름’은 그냥 언론사의 수사일 뿐 기자의 눈에는 길 잃은 메뚜기 몇 마리가 포장된 농로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소싯적에 자주 보았던 그런 종류의 메뚜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언론사의 취재가 허용(?)된 조사료 논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기자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흙빛 메뚜기 떼가 이리저리 튀었다. 논 안쪽으로 들어가자 포토나무에 포도 알 매달리듯 목초에 수북이 매달린 메뚜기 떼가 보이기 시작했다. 논 일부분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었다. 메뚜기 떼가 논 전체에 포진해 있었다. 아니 논이 메뚜기 떼에 점령당했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메뚜기 떼가 논에서 자신의 점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동안 농로에서는 메뚜기 떼 출현의 원인을 둘러싸고 농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었다. A씨는 메뚜기 떼 출현의 원인을 기존 관행농가가 외지에서 들여온 덜 발효된 퇴비 탓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메뚜기 애벌레 때부터 쭉 보아왔다”며 “처음에는 무심코 보았는데 나중에 메뚜기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B씨 측은 “지금과 동일한 메뚜기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도 메뚜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폭로전으로 비화하려 하자 박 군수가 “위법행위에 대한 조치는 별로도 처리할 예정이니 이 자리에서는 ‘메뚜기’에 관한 얘기만 하자”고 해 메뚜기 떼 발생 원인에 대한 언쟁은 일단락 됐다.
박철환 군수 일행이 현장에서 떠나려하자 담당 공무원과 친환경농가 간의 협의가 시작 됐다. 담당 공무원은 “친환경 제제로 메뚜기 떼를 퇴치할 수 없다면 독성이 있는 농약을 살포 하겠다”는 입장을 친환경농가에 전했고, 친환경농가는 “친환경살충제에 드는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할 테니 군에서 살포기만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리고 이 틀 간의 말미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남군은 “이틀 후에도 메뚜기 떼가 방제되지 않는다면 농약을 살포할 수밖에 없다”고 통고했다.친환경농가는 “이틀 후에도 방제가 되지 않는다면 논을 갈아엎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해남군은 ‘논을 갈아엎는다고 방제가 되는 것은 아니니 농약을 살포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해남 ‘메뚜기 떼’ 습격 사건은 표면적으로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국한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관행농가와 친환경농가, 그리고 대농과 소농, 외지인과 마을 사람의 갈등이 내제돼 있었다. 그 내용들은 그들의 언쟁과 태도에서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했다. 메뚜기 습격 마을을 물었을 때의 주민들의 태도, 서로에 대한 책임 전가, 그리고 평소의 침묵을 깬 폭로.
전라남도나 해남군이 친환경농업에 대한 주민들은 인식을 바꿀 수 없다면 친환경농업을 육성할 수 있는 또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