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가격
얼마 전 학회 참석을 위해 유럽에 갔다가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공해 없는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 자동차가 없는 도로. 아이들과 여유롭게 산책 나온 부부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 비싼 물건을 사지 않아도 큰 차를 타지 않아도 우리 모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정말 행복한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하기를 원한다. 미국 독립선언문에선 행복의 추구를 삶과 자유와 더불어 이유가 불필요한 인간의 자명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행복은 50%는 유전.10%는 환경.40%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비슷한 조건에서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보다 덜 아프고 더 오래 산다. 행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만약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 불행의 원인이 된다면?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내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끝난다고 말했고 폴란드 출신 정치이론가 룩셈부르크는 자유란 언제나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의 자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슷하게 진정한 행복 역시 타인의 불행을 최소화한다는 조건 아래 최대화할 수 있는 나의 행복이라고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행복한 인생일까?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국민의 의무로 삼았던 공산주의 국가들 국민 모두 시(神)의 의지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믿었던 중세기 유럽과 오늘날 이슬람 테러 단체들.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한다 하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행복한 삶을 정의하는 순간 대부분 국민의 삶은 언제나 불행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결국 행복 그 자체를 찾는 것은 타인에게 절대 아웃소싱해서는 안 될 개인의 숙제다. 그렇다면 국가는 레세-페르(lais-sez-faire.자유방임주의)식으로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말일까? 물론 아니다. 국가역시 아웃소싱해서는 안 되는 어려운 사명을 가지고 있다 바로 모든 국민이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가장 공정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행복의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 식 교수 KAIST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