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 네.... 이맘때면 내 고향에도 향긋한 아카시아 꽃 내음새가 여전하겠지요.
며칠 전 광교산을 오르면서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 향기가 코 안 가득하여 어릴 때 시골 고향이 생각나서 잠시 향수에 젖어 추억에 잠겼었다.
예나 지금이나 꽃향기는 변함이 없겠지만 옛날에 맡던 향기가 훨씬 찐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코가 늙어서일까 아니면 향기가 예전만 못한 것 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 고향 시골집 동네는 이 동요가사대로 똑같이 제법 큰 사과 과수원이 있었고 울타리를 크고 작은 아카시아나무로 빼곡히 심어 놓아 그곳을 지나칠 때면 하얀 꽃 이파리가 바람에 눈 오듯 휘날리면서 향기가 코를 찔렀다.
나는 초등학교 때 책을 싼 책 보따리를 어깨에 매고 그 길을 수없이 다녔다. 그 과수원 길은 여름이면 아카시아꽃향기로 가을이면 벌레 먹어 떨어진 사과 향으로 가득차서 일부러 한참이나 머물다 오가곤 하였다. 그 당시 가난한 농촌시골에서 과수원을 한다는 것은 돈이 많은 부자 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더구나 과수원집에 나보다 두 살 위의 얼굴이 예쁜 여자 가시나가 있어 그곳을 지나칠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과수원은 아카시아의 좋은 추억과 함께 초등학교 5,6학년때인가 형들을 따라 밤에 몰래 과수원 안으로 들어가 사과를 서리하다가 들켜서 아카시아울타리를 급히 빠져 나오려다 가시에 온몸이 찔려 한동안 고생했던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림없는 일이지만 과수원 원장은 우리가 그랬으리라고 알고 있었겠지만 그때는 그런 서리가 도둑질이 아니고 재미삼아 하는것이 많았던 시절이라 그냥 모른척 눈감아 주었을것이다.
아카시아 꽃이 한창인 지금, 어린 시절의 잊지 못할 그 진짜 향기를 맡기 위해 코도 시험 할 겸 아카시아 꽃 이파리가 시들기 전에 시골고향을 한번 다녀와야 겠다. 글/사진 한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