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살아 실 제
사람은 누구나 아쉬움과 후회를 안고 산다. 그 중에서도 부모님이 저 세상에 계시면 생전에 잘 못해 드린 것은 언제나 가슴 밑바닥에서 아쉬움과 후회로 꿈틀거린다. 그런데…….
덕유산을 내려와 한정식을 파는 식당을 향하였다. 식당은 발 들여 놓을 틈이 없이 바글
거렸다. 마침 자리가 나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방에서 일하시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도 할머니 나름이지만 이 할머니는 연세가 많게 보이는 할머니였다,
요즈음 많은 사람이 복부 비만에 걱정을 하는 세상인데 흔히 볼 수 없는 야리야리한
몸매였다. 그 할머니 보다 젊은 나도 큰일을 집에서 치루면 힘이 든다. 그래서 제사나 명절처럼 피할 수 없어 집에서 해야 될 때가 오면 호랑이처럼 무섭다. 그것을 터득함일까? 요즈음은 제사나 명절을 빼고는 큰 행사, 작은 행사 가리지 않고 분위기 있는 식당을 빌려서 한다. 한 때는 좋은 교자상을 구입해 손님상을 차리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 할 때도 있었지만, 요즈음 아파트 단지엔 멀쩡한 교자상이 많이 버려지기도 하는 시대이다. 힘들다고 집에서 하는 것을 피하기에 교자상이 점점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음 이다. 그 만큼 손님을 치른다는 것은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그 식당엔 계속해서 손님이 물밀듯이 들어 와 쉴 틈이 없었다. 일을 하시는 할머니는 아무 내색 없이 열심히 그릇을 받아 설거지를 하고 음식을 담아 놓았다. 긴 시간 일을 하시는 그 할머니가 어쩐지 애잔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허리가 아프지는 않을 까. 그날 밤 몸살은 나지 않으셨는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마도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리라. 그러나 어쩔 수 없었으리라.
아들이 하는 식당이라 도우러 나오셔졌는지, 아니면 맡겨진 손자의 뒷바라지를 위해, 또는 아픈 몸의 병원비라도 벌을 까 하고 나오셨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 할머니는 일을 하실 연세가 아니라는 것에 마음이 아파온다. 어떤 사연과 인연으로 이 식당에서 일을 하시는지 몰라도 ….
아마도 그 할머니가 저세상 여행을 떠나면 후회와 아쉬움의 눈물이 누구의 눈에서는 흐를 것 같다.
문득 송강 정철의 ‘어버이 살아 실 제’ 시조 한수가 떠오른다.
어버이 살아 실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