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녀 들
그러니까 둘째손녀가 아장아장 걸었을 때 일이다. 걸음을 걷기 시작 한 후
손녀는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두 살 위인 언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졸졸 따라 다녔다. 그때 큰 손녀가 목욕탕으로 가자 작은손녀도 따라 갔다.
나도 부리나케 따라가 보니 큰손녀는 제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작은손녀는
우리들이 신는 큰 슬리퍼를 신고 따라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걸음이가 서투른 작은손녀가 혹여 넘어질 것 같아 큰손녀에게
“슬리퍼를 바꾸어 신어, 동생이 어른 슬리퍼 신다가 넘어지면 어떡해“ 하니까
“싫어 싫어 내꺼야 내꺼야. ” 했다
“바꾸어 신지 않으면 네 동생 꺼 네 꺼 보다 훨씬 예쁜 슬리퍼
사줄건 데 그때 절대로 신지 마! 알았지?“ 하니
“네!“ 하고 대답했다.
“그럼 알았다 너 후회하지 마” 하고 한마디를 얹었지만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나는 말한 대로 예쁜 슬리퍼를 구입해 큰손녀 눈에 잘 띄게 나란히 두었다.
큰 손녀의 눈길이 새로 사온 것에 머무는 것이 보였다.
“너 할머니와 약속했지? 아무리 예뻐도 동생 것은 신지 않는다고? “
큰 손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속으로 후회 하고 있을 거야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미소가 가시기도 전에
“우리 짝짝이로 신자~ 짝작이로~” 하자
“ 응” 하고
둘이는 짝짝이로 신고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아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