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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이만 오천원(수필)
13-11-23 00:31 3,994회 0건

                               이만 오천 원


                                                                            김 주 순
  
이만오천원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될까? 알바 하는 사람은 꼬박 5시간을 해야 손에 쥐어지는 돈이다. 그리고 폐휴지를 줍는 사람은 하루 종일 주워도 못 쥐는 돈이란다. 커트를 세 번이나 할 수 있는 돈이고 쌀을 사면 우리 두 식구 한 달은 족히 먹고도 남는다. 또 계란 다섯 판을 살 수 있는 돈이고. 사과 한 박스를 살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그리고 10 킬로짜리 귤 한 상자를 살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 낙지’ 집에 가서 낙지 덮밥, 낙지전. 막걸리 한 병을 기분 좋게 남편과 마실 수도 있는 돈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뷔페에 가서 친구와 나란히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즐길 수 있는 돈 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돈을….



  며칠 전 아들이 호텔 뷔페 티켓을 갖다 주었다.그래서 우리내외는 즐거운 마음으로 호텔뷔페를 갔다. 조용한 분위기는 호텔이 주는 이미지를 붇돋아 주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이 사람의 품격을 높여주는 기분을 느꼈다. 음식의 종류는 고기류가 많았다는 것 외엔 여늬 뷔페와 다른 점은 없었다. 남편은 회와 생선초밥을 주로 가져왔고 나는 이것저것 골고루 한 접시를 가져 왔다. 음식을 앞에 놓고는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 남편은 술을 떠올렸다. 그래 기분이다! 좋아하는 술 마셔야지 생각하고 식사를 도와주는 분을 불렀다. 우리는 입에 달콤한 백세 주를 주문하였다. 주문하기 전에 가격을 불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체면을 지키고자 말을 못하고 쭈빗거리자 눈치 빠른 그분은 “아주 쬐꼬만한 것도 있어요” 하면서 우리의 심중을 읽었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쬐고만한 걸로” 하면서 주문을 하였다. 그분 손엔 난생 처음 보는 아주 날씬한 소녀를 연상시키는 술병을 테이블위에 갖다 놓았다. 우리는 이렇게 작은 것이 비싸봐야 얼마나 하겠냐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홀짝 마셔버렸다. 먹었다고 할 수도 없는 작은 양이었다. 그러나 호텔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익히 아는 터라 눈길이 계산서를 외면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살그머니 계산서를 확인 하였다.

   거기엔 이만오천 원 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남편은 말렸지만 혹시 계산이 잘 못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분은 소주 한 병도 만 오천 원인데요 하면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었다. 그리고 묘한 웃음과 함께 이 촌사람아 그것도 모르고 시켰어 하는 눈빛이 전해지는 듯 했다. 아깝다. 체면이고 뭐고 가격을 물어보고 시킬 걸 하면서 못내 아쉬움을 표하자 남편은 기분 좋게 먹었으면 됐지 왜 창피하게 궁시렁거리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렇다 그 말은 맞다. 우리 부부가 언제 또 이런 호텔에서 또 비싼 술을 마실 수 있겠냐. 오랜만에 남편을 위해 서비스 했다고 생각하자 하기도 하고 외식 한 번 덜 하면 되지 하면서 마음을 다스려도 아깝다는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으로 별로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모처럼 아들의 효를 마음껏 누리려던 기분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다시는 호텔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리라. 돌아올 수 없는 돈을 생각하면서 아픈 배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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