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라고 하면 전기가 없던 가난한 시골집에서 몽당촛불하나 켜 놓고 책과 밤새 씨름하던 어린 시절이 떠 오른다. 한때는 한줄기 빛이 되어 각 가정의 어두운 밤을 묵묵히 지켜 주던 촛불이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그 용도가 종교의식과 각종 예식 등 극히 한정된 곳에서만 사용되면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러던 촛불이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는 투쟁의 도구로 전락하여 증오로 가득찬 야간시위대의 전유물이 되어 있다. 한때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되었던 촛불이 어쩌다 우리나라에서는 야간 시위대의 대명사가 되어 본래의 모습을 잃었어야 했는지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갈수록 전력난이 심각하여 원전의 증설이 필요한 실정으로 전기사용을 억제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런때 각 가정마다 한등의 전기를 끄고 대신 촛불을 켜서 촛불사용을 생활화 한다면 정부의 에너지정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전기절약으로 인하여 전기료가 줄어 들어 서민가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유럽선진국 독일의 가정은 지금도 일정공간과 공부방외에는 밤에 전기보다는 촛불을 켜고 생활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그들이 촛불을 생활화한데는 정부가 전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일정기준을 정하여 초과 사용에 대하여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에너지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독일 국민들의 오랫동안 몸에 밴 검소한 생활습관과 절약하는 정신이 더 큰 원인이라 하겠다.
독일의 마트나 생활용품매장에는 단순히 불을 밝히는 초가 아니라 기능성을 고려한 다양한 색상과 모양 그리고 향내 나는(천연향) 초와 초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쁘게 디자인된 각종 도구들로 넘쳐나고 각 가정에서는 꼭 있어야하는 필수품이자 집안의 냄새를 없애고 분위기를 아늑하게 바꾸어주는 장식용 소품의 역활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야간시위 때만 켜는 대한민국촛불과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실내 분위기를 위해 각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켜는 독일의 촛불은 그 용도부터 확연히 다르다.
서울광장에서 365일 촛불을 들고 야간시위를 하는 광경을 보면서 촛불이 투쟁의 도구에서 벗어나서 촛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각 가정에서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그날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한걸음 다가서는 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사회와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촛불이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도 촛불을 켜 본다.
독일 가정의 초와 도구들
글/사진 한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