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율동공원에서
척박한 땅에 뿌리박고 이상기후에 시달리며 어렵사리 여름을 지낸 나무 잎새는 단풍들 겨를도 없이 낙엽이 되어 길바닥에 나뒹굽니다. 결국 사람들 발에 짓밟히는 포도의 쓰레기 신세가 되고 말지요. 그런가하면 걸은 토양에 뿌리내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튼실하게 나란 나무 잎새들은 찬 공기를 맞으며 가을단풍으로 변신하면서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우리에게 충만한 감동과 희망을 주게 됩니다.
‘운이 나빠서 전생에 뭔 죄가 있다고~를 되뇌며 평생을 신세타령이나 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며 게으르게 살아온 늙은이들은 마치 포도의 낙엽처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환경일지라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온 이 땅의 수많은 의욕적인 시니어들은, 여생을 활기찬 나눔과 봉사로 가을단풍처럼 아름다움을 뽐내는 시니어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생각입니다.
세상에는 단풍(丹楓)을 낙엽(落葉) 고엽(枯葉)이라고 홀대하거나 무시하는, 자신은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아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세월이 멈추어, 자신은 낙엽될 날이 없는 줄로 착각하는 부류들이지요. 결국 낙엽 후보일 뿐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진솔한 삶의 지혜를 나누며 품고가야 하겠습니다. 황혼의 붉은 빛을 그들에게 비추도록 노력하다보면 수많은 낙엽 후보들도 아름다운 단풍으로, 활기찬 시니어로 재탄생하게 될 터이니까요.
생기 넘치는 가을 단풍들이 풍기는 희망과 감동의 체취가, 이 사회를 붉고 노랗고… 알록달록한 빛깔의 좀 더 살맛나는 세상으로 물들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후기(後記)>
나이가 들면서 단풍 구경을 덜 하게 됩니다. 왜냐구요? 아마도 곧 떨어질 마른 잎새의 운명이 쭈그러진 자신과 비교되어서인가봐요. 돌아보니 세파를 헤쳐오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보아와서 감정이 메마른 모양입니다. 수지노인복지관에서 감성적인 시니어 회원들과 교유하면서 따뜻한 감정을 되살려봐야 하겠습니다.
칠십이 코 앞이네. 종심(從心)의 문고리를 잡고 初心으로 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