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이 내려쬐는 사막성 기후의 산안토니오 대로변 쇼핑몰 리버센터로 들어가 곧장 지하로 연결된 리버워크로 내려갑니다. 강을 낀 산책로로 들어선 순간 좀 전과 전혀 다른 풍경에 절로 흥분이 됩니다. 안사람 갈증이 심한 듯하여 인파를 헤치며 나아가다 리버워크 초기에 오픈했다는 Cafe Ole의 전망 좋은 2층에 자리 잡았습니다.
강이라지만 우리나라 한강처럼 넓은 강이 아니었습니다. 청계천 복원의 모델이었다는 리버워크는 원래 산안토니오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만든 인공 수로입니다. 개천 같은 물길 따라 양쪽으로 쇼핑몰과 레스토랑을 낀 호텔들, 관광객을 태운 크루즈선(유람 보트)가 줄을 잇습니다. 강변 카페촌, 비좁은 보도를 각국 관광객들은 어깨를 빗겨가며 산책(?)합니다.
흙탕물이라는 손녀 표현대로 리버워크의 물은 우리 청계천처럼 맑지 않았습니다. 흐린 개천 위에 물오리들이 노닐고 물고기도 꽤 있다고 합니다. 인공이지만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있는 리버워크… 넓지 않은 보도에 난간도 없어 위험하겠다 생각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지난 수년간 익사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네요. 유유자적 기다리는 문화가 물흐르듯 많은 관광객을 소화하는 원동력인 듯 싶었습니다.
30~40명 씩 꽉꽉 채워 출발하는 유람보트는 30분여 분 물길 따라 이곳저곳 돌며, 뚱보 가이드는 구수한 입담으로 재미있는 설화와 역사적 사실 등을 들려주며 위대한 미국을 선전합니다. 복원에 천문학적 돈을 처바르고도 무슨 경제적 효과를 얻는지 의문시되는 청계천을 보아온 객(客)의 눈에 치수용 인공 소운하 하나를 만들어 의미를 부여하고 관광수입을 창출하는 부자나라 미국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