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길었든 여름도 입추를 지났으니
얼마 남지 않은듯
주야장창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축 늘어진 가야금소리처럼
힘없이들린다.
여름 막바지 더위
피할수 없을때는 차라리 즐겨라
일상에서 탈출하여
손톱만큼 남은 여름도 즐길겸
토요일(8/17일) 오후 무작정 길을 떠나보자.
기왕이면 문화 수준도 업그래이드 할수있고
물좋고 공기도 좋은곳으로 어데 없을까.
오늘은 용인에 거주하는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할곳.
용인의 명소, 호암미술관을 찾아보기로 했다.
꼬불꼬불 시골길 30여분 달려가니
용인시 처인구에 소재한 호암미술관에 도착하였다.
에버랜드가 인접해서인지
길안내표지부터, 모든 것에서 삼성의 상징인 파란색이 강조되고
교통안내도 경찰이 아닌 삼성맨들이 맡아 하는
그야말로 주변이 삼성공화국 같았다.
미술관 입구인 “보화문”을 들어서면
한국 전통양식의 정원을 지나면서 먼산을 바라보고 서있는 ‘호암정“이라는
작으만한 정자를 만나는데 국보 제1호 남대문 복구공사를 지휘한 유명한 인간문화재 대목 신응수 장인의 작품이다.
사이사이를 정교하게 다듬고
빈틈없이 후벼놓은 손길이 정자라기보다는 목각 공예품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자연석 돌계단을 여나무개 올라가면 꽃무늬가 조각된 돌담길에
맛딱뜨리고, 이내 아치형석조기단위에 자리한 청기와를 얹은 전통한옥건물이 미술관이다.
지하1층, 지상2층 연건평 1300평에 전시실이 450평이다.
이곳에 소장된 미술품은 주로 삼성의 원조 이병철회장이 소장했던 기증미술품 4000점을 기본으로, 지금은 국보급, 보물급 100여점과 2만여점의 미술자료를 관리중이란다.
뭐든지 자극적이어야 좋아하는 요즘 세태속에서, 세상 떠들썩하게 했던
“행복한 눈물”처럼, 한 개에 90억원씩 호가하는 고가의 미술품에 호기심이 발동되어 호암미술관을 찾아왔다면 실망이 컸으리라.
전시품중에는 추사 김정희와 영조대왕 친필의 휘호가 묵향을 함뿍 품은체 기세 넘치게 획을 그었고, 문갑등 살림가구와 불상 몇점들 결코 화려하다고 볼수 없는 전시물이었지만, 그들을 보면서 느림과 평안함을 느낄수 있었다.
오히려 인상에 남는 것은, 미술관의 미술품이 아니라 정원 여기저기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벅수(돌장승)와 문인석(무인석)들이다.
벅수란 마을어구에서 악귀를 막아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각지역에서 올라와 그런지 모양도 화난상, 재롱떠는상, 웃는상, 엄한상 제각각인데, 두 개 한쌍으로 200여개쯤 된단다.
미술관을 나오면 바로 길건너 새파란 호수가 눈에 띈다.
호숫가로 산책하기 좋게 소롯길이 나있는데 그 길가에도 많은 문인석(무인석)들이 호수를 바라보며 도열해있다.
많은 스토리와 역사를 품에 안은체 말없이 도열해있는 문인석이 방문객들에게도 한마디를 건네는 것 같다.
“당신들은 지금 잘 살고(웰빙)있소 ?”
미술관에서 오래된 예술품을 감상하면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대 자연과도 친화적으로 보낼수 있었든 미술관은 용인시민이면,
누구나가 웰빙하는데 좋은 방문처가 되리라고 생각되었다.
※ 무인석 : 능앞에 무관모양으로 서서 죽은자를 수호하는 돌사람
※ 문인석 : 능앞에 문관모양으로 서서 죽은자를 수호하는 돌사람
취재/수지시니어기자 /황말선,김태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