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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비(雨) / 말·글 갈무리 ⑦
13-07-18 09:34 4,132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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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긋는 듯하던 장맛비

줄기차게 쏟아집니다. 베란다 창에 듣는 빗소리가 감미로운 아침, 잠시 커피향을 맡으며 비()에 대한 상념에 젖어봅니다. 예전 블로그에 포스트했던 비(雨)의 종류를 리라이트했습니다.

요즘 내리는 장맛비에도 그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철에 따라 여름에 내리는 큰비가 있으며, 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봄장마, 제철이 지나서 뒤늦게 오는 늦장마(늦마)도 있습니다. 초가을 비가 내리다가 개고, 또 내리다가 개곤 하는 건들장마, 역시 가을철 여러 날동안 내리는 가을장마가 있습니다. 장마로 홍수가 진 후 한동안 멎었다 다시 내려 설거지하듯 진흙을 씻어내는 비는 개부심이라 이릅니다.


비를 크기별로 보면 장대처럼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는 장대비, 장대비와 동격인 작달비, 역시 굵으면서도 세차게 퍼붓는 직달비, 물을 퍼붓듯이 쏟아지는 비는 억수라 한다네요.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는 발비, 달구로 다지듯 거세게 내리는 달구비, 그리고 무더기비·된비·줄비 등은 모두 굵거나 큰비에 속합니다.


빗방울을 가늘기 순으로 나누어보면 안개처럼 차분하게 내리는 안개비, 안개보다는 좀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는개, 는개보다 굵고 가랑비보다 가는 이슬비, 이슬비보다 굵게 내리는 비느 가랑비, 바람 없이 조용하게 내리는 가랑비인 보슬비 따위가 있습니다.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부슬비 라고 부르기도 한다지요.


비가 내리는 모양새로 살펴보면 밀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는 가루비, 가늘고 잘게 내리는 잔비, 실처럼 길게 금을 그으며 내리는 실비, 싸라기처럼 푸슬푸슬 내리는 비는 싸락비라 부릅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비가 듣기 시작할 때 성기게 떨어지는 비는 비꽃, 꽃잎이 꽃보라처럼 흩날리며 비처럼 내리면 거꾸로 꽃비가 되니 시어(詩語)로 즐겨들 쓰는 용어입니다.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여우비, 노끈(놋날) 처럼 가늘게 비껴 내리는 비는 날비,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되어 버리는 비는 마른비, 겨우 먼지가 날리지 않을 정도로 비가 조금 오는 것은 먼지잼이라 하며, 우레가 치며 내리는 우레비, 뭇매를 때리듯 세차게 내리는 비는 모다깃비, 바람 불면서 내리는 바람비, 구질하게 오래 오는 비는 가수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에 등장하는 궂은비입니다.


모종하기에 알맞게 때맞추어 내리는 비는 모종비,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목비, 모를 낼 만큼 흡족하게 오는 비는 못비입니다. 농사에 꼭 필요할 때에 알맞게 내리는 비가 단비, 농경사회 농민들이 얼마나 애타게 비를 기다렸으면 단비였을까 생각해보게 합니다. 단비보다 더 맛나고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꿀비, 더 나아가 요긴한 때에 내리는 비는 약비, 복비까지 그 종류가 정말 다양합니다.


음력 그믐께에 내리는 비나 눈을 그믐치라 하고, 음력 보름 때 내리는 비나 눈은 보름치라 하였으며, 못자리를 만들 무렵에 맞추어 오는 비를 낙종물(落種水), 칠석날에 오는 비는 칠석물(七夕水)이라고 일컬었으며, 복날 무렵 내리는 비는 복물(伏水)이라 했답니다.


비를 계절 따라 보면 봄에 조용히 내리는 비는 봄비, 바쁜 일 없는 여름에 비가 오면 낮잠 자기 좋다는 뜻으로 잠비, 가을철에 지척지척 내리는 비를 가을비라 하지만, 가을걷이가 끝나 떡을 해 먹으면서 여유 있게 쉴 수 있다는 뜻의 떡비로도 불렀으며, 겨울철에 내리는 비는 농한기라 술을 마시면서 놀기 좋다하여 술비라고 불렀답니다.


비가 한참 내리다가 잠시 그친 웃비, 안개처럼 부옇게 흐려 보이는 현상은 비안개라했으며, 산기슭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 줄기씩 쏟아붓는 소나기를 산돌림, 한쪽에서 해가 비치면서 내리는 비를 해비라고 한다네요. 이밖에도 밤에 내리는 비는 밤비, 역시 밤중에 몰래 내린 비는 도둑비, 비가 섞여 내리는 눈비는 진눈깨비이고 반대의 경우는 마른눈이라고 하며, 차가운 비는 찬비, 누리는 우박을 가리킵니다.


예전 빗물로 농사짓던 우리 조상님들은 비님이 오신다고 비를 예우하여 일컬었습니다. 한데, 최근에는 오염된 환경의 영향으로 산성을 강하게 띤 산성비(酸性),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비(黃砂)까지 등장했으니, 비 때문에 건강을 염려해야할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비 이름 참 많지요? 국어대사전이나 인터넷 등을 뒤져 찾으면 더 있겠습니다만, 읽기 힘드실 듯하여 이만 줄이겠습니다...ㅎㅎ


장마철에 수지노인복지관 여러 회원님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김태효 선생님께서 댓글에 거론하신 곡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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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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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 ‘빗속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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