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엔 몰랐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달력 숫자에도 민감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가령 31일까지 꽉꽉 차여진 달은 당연한 것 같지만
28일이나 29일로 끝나는 달은 웬지 손해를 본 것 같은 그런 심정말입니다.

월급쟁이 입장에서 보면
날이 하루라도 줄어 든 달이 더 좋아야 하는데,
돈 보다 세월 빨리 가는 게 더 아쉬운 것이 어쩔 수 없는 나이배기인가 봅니다.
다른 달에 비해 유독 짧은 2월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숨기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달들은 30일 아니면 31일로 돼있는데
이 달은 왜 28일, 윤년� 돌아와도 29일 밖에 안될까요.
여러 달 가운데 하필 2월이 가장 짧은 것은 또 왜일까요.

로마인들이 쓰던 달력은 처음엔 March(1월)부터 December(10월)까지
달 이름이 10개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11월과 12월에 해당하는 두 달은 이름조차 없이 무시됐지만,
그 기간이 농한기이기 때문에 로마인들은 별로 불편해하지 않았답니다.
기원전 8세기경 누마 폼필리우스 왕은 제대로 된 달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새 달력을 고안하게 됩니다.

이 때 누마는 1년을 355일로 정했습니다. 달의 움직임에 맞춘 것입니다.
누마는 비어있는 11월과 12월 자리에 January와 February의 두 달을 추가,
열두 달이 있는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로마인들은 짝수를 불행한 숫자라고 믿었으므로, 누마는 열두 달 중
일곱 달은 각각 31일, 4개월은 각각 29일로 정했습니다.

그러다보니 1년 355일을 채우려면 어쩔 수 없이
28일짜리 짝수 달이 하나 필요해졌습니다.
누마는 1년의 마지막 달이자 한겨울에 속해있는 February를 그 달로 선택했습니다.
January와 February가 한해의 시작인 1, 2월의 이름으로 바뀐 것은
그로부터 수세기가 흐른 뒤의 일입니다.

일설에는 로마인들이 원래 30일로 돼있던 8월을 31일로 늘리기 위해
2월에서 하루를 빼내가는 바람에 2월이 작아졌다는 얘기가 있고,
아우구스트 황제를 따 이름 지은 8월(August)이 30일 밖에 안 되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 개인적으로 2월이 짧은 것이 서운합니다.
몇 년전까지는 짧은 2월이 참 좋았었는데 말입니다.
날짜 하루 이틀 가지고도 마음이 기우는 것을 보면 정말 소인배 같아 보입니다만,
그 때가 되면 요일과 시간도 변경해 불법을 정법으로 바꾸려는 큰 세력이
우리의 목을 죌 것이라고 생각하면 2월의 속뜻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특히 우리네 신앙생활에서는 말입니다.

암튼 이미 기울어져 버린 금년 2월도
주님 사랑가운데 마지막 날까지 탈없이 보내시기를 바랍니다.